2023 가해 연중 제33주일(11.19) 고찬근 루카 신부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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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김정혜올리비아 작성일23-11-19 15:34 조회3,260회본문
* 연중 제 33주일 가해
“사랑의 잠재력과 우리의 노력”
오늘의 복음은 너무나 잘 아시는 복음이라 이와 비슷한 다른 이야기 하나를 소개해 드리려 합니다.
어떤 아버지가 세 아들에게 꽃씨를 한 줌씩 주고 떠나면서 잘 보관하라고 하였습니다. 첫째 아들은 그것을 수건에 싸서 금고에다 잘 보관했고, 둘째는 시장에 내다 팔아 돈으로 바꾼 후 돈놀이를 하여 많은 돈을 만들어 놓았으며, 셋째는 화단을 만들어 그곳에 꽃씨를 뿌렸습니다.
아버지가 돌아왔을 때, 첫째가 금고를 여니 꽃씨들은 죽어서 썩어 있었습니다. 아버지는 실망하였습니다. 둘째는 의기양양하게 많은 돈을 내밀었으나 아버지는 돈 냄새에 얼굴을 돌렸습니다. 셋째는 아버지를 모시고 꽃밭으로 갔습니다. 꽃밭에는 꽃들이 흐드러지게 피어있었습니다. 아버지는 감동하였고 눈물 어린 아버지 눈 속에는 흐드러지게 핀 꽃들이 춤추고 있었습니다.
꽃씨는 사랑의 능력입니다. 꽃을 피우는 것은 사랑하는 것을 말합니다. 그리고 그 보상은 더 많은 꽃씨, 즉 계속 더 많이 사랑할 수 있는 능력입니다.
우리도 하느님 아버지께서 주신 사랑의 능력을 가지고 태어났습니다. 그 사랑을 실현할 때 우리는 진정으로 살아있는 것이며, 하느님을 기쁘게 해드리는 것입니다. 그리고 그에 대한 보상은 더 많이 사랑할 수 있는 삶입니다. 혹시 우리는 사랑의 능력을 수건에 싸서 금고에 넣어 두듯이, 죄를 짓지 않고 소극적으로 살아가는데 만족하거나, 사랑의 능력으로 사랑하지는 않고 돈을 버는 데 열중하고 있지는 않은지요?
하느님이 만드신 여러 피조물 중에서 우리 인간은 특별히 가능성이 많은 존재입니다. 아기 때는 걷지도 못하고, 혼자서는 살아남지도 못하는 약한 동물에 불과하지만, 나중에는 호랑이도 사냥하고, 공기가 없는 우주로 날아갔다 돌아오기도 하는가 하면, 지구를 멸망시키고도 남을 핵폭탄도 만들어 냅니다.
또한, 우리 인간은 인격적인 면에서도 많은 변화 가능성을 가지고 있습니다. 어떤 사람은 악인(惡人)이 되고 어떤 사람은 성인(聖人)이 되고, 거지도 되고 부자도 되고, 건달도 되고 교수도 됩니다. 하느님은 우리 인간에게 무엇이든 할 수 있고, 무엇이든 될 수 있는 가능성을 주셨습니다.
사랑하는 교우 여러분, 부디 우리가, 세상 파도에 자신을 내맡겨 의미 없이 떠다니지 말고, 적극적으로 자기 삶을 바꾸어 나가는 깨어있는 사람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그리고 하느님이 우리에게 주신 잠재력이, 자신만의 안위를 위하고, 남을 파괴하는 이기적인 잠재력이 아니라, 도저히 용서할 수 없을 것 같은 사람을 용서하고, 절망 속에 있는 사람들을 껴안으며, 그 비싼 살상 무기들을 바다에 던져버릴 수 있는 용기도 지닌 '사랑의 잠재력'이기를 빌어봅니다. 아멘.